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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 '동물 학살, 징역형 받을 정도의 잘못 아냐' 통념에 사로 잡혀" [디케의 눈물 129]


입력 2023.10.25 05:23 수정 2023.10.25 05:23        김현경 기자 (khk@dailian.co.kr)

기르던 고양이 담벼락에 16회 내리쳐 살해…동물보호법 위반 혐의, 징역 8개월 및 집행유예 2년

재판부 "처벌 필요하지만 초범에 반성하는 태도…인간과 반려동물 교감, 사회 전체가 소중히 다뤄야"

법조계 "동물권리 의식 낮아 대다수 판사들, 비슷한 판결…동물에 있어 법원 판결, 복불복"

"법원이 동물학대 범죄에 대해 어느 정도 죄질로 판단하는지 보여주는 통일된 양형기준 마련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를 담벼락에 내려쳐 잔혹하게 살해한 20대가 1심과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실형 선고를 할 수 있는 규정과는 별개로, 판사들 사이에서 "동물 학살이 징역형 정도의 잘못은 아니다"라는 통념이 자리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판사들의 동물권리 의식이 낮아 판결 자체가 복불복이니 만큼 법원이 동물학대 범죄에 대해 어느 정도 죄질로 판단하는지 보여주는 통일된 양형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형사5부(김형훈 부장판사)는 최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경남 창원 성산구 한 음식점에서 기르던 고양이를 담벼락에 16회 이상 내려쳐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사안이 엄중하고 그에 따른 처벌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A씨가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 사건 전까지 아무 전과가 없는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한 "생명은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고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인간과 반려동물 간 교감이 이뤄지는 가치를 사회 전체가 소중히 다뤄야 한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현행법상 동물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는 금지돼 있으며, 죽음에 이르게 학대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동물이 죽지 않더라도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법조계에선 이렇게 법제화가 돼 있음에도 "동물은 동물일 뿐"이라는 인식에 자리잡혀 실형까지 내려지는 사례가 드물다고 꼬집었다. 김태연 태연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학대로 인해 동물이 사망한다고 해서 피고인에 실형이나 징역이 내려지는 사례는 아직까지 본 적 없다"며 "만약 잔인한 방법으로 죽임을 당한 고양이를 사람과 동일하게 봤다면 당연히 실형이 기본일 텐데, 동물에 대한 보호 인식이 사람에 이르지 못해 이런 판결이 나온 거 같다"고 설명했다.


ⓒ데일리안DB ⓒ데일리안DB

김 변호사는 "법률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인식의 문제로, 통념상 판사들이 동물을 죽인 게 징역형을 내릴 정도의 잘못이라고 인지하지 않는 것 같다"며 "재판부 입장에서도 징역형을 내리고 교도소에 보내는 건 흔하지 않아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다만 "과거 동물에 대한 권리 의식이 낮았지만, 점점 강화되고 있고 사람에 준하는 정도로 바뀌고 있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이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일정한 양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친다. 서국화 피엔알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대표는 "법원 판결이 동물에 있어선 복불복"이라며 "어떤 판사는 동물권 감수성이 높아서 중한 처벌을 내리지만, 어떨 땐 결과가 완전히 바뀌는데, 동물권에서도 문제지만 재판을 받는 피고인 사이에서도 형평성이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일례로 동물학대로 처음 실형이 내려진 '경의선 숲길 고양이 학대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두 사건 피고인의 행위는 비슷하나 실형과 집행유예로 엇갈렸는데 어떤 점에서 다르고, 왜 집행유예가 가능한지 판결문에 내용이 없어 전혀 알 수 없다"며 "과연 피고인 사이에서 본인이 받은 재판이 형평에 맞는다고 생각할지, 법원이 공정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의심까지 생긴다"고 비판했다.


서 대표는 "집행유예 조건에 맞을 경우 내릴지 말지와 양형은 판사의 재량"이라면서도 "판사 개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법원이 동물학대 범죄에 대해 어느 정도로 죄질을 판단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량 남용이 우려될 때 대법원이 일정한 양형 기준을 세우는데, 동물학대 범죄의 경우 중요성 인식이 낮아 마련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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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기자 (kh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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