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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커뮤니티서도 흔한 계정거래… 왜 사고 팔까

, 이슈팀

입력 : 2023-09-14 09:28:45 수정 : 2023-09-14 16:3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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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 가격 1개당 8~10만원
계정 여러 개 판매하기도
대부분 홍보 목적으로 구매
“구매한 계정으로 범죄 일어날까 걱정”

지난달 22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경찰 계정을 도용해 “강남역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살인 예고 글을 올린 30대 남성이 체포됐다. 남성이 사용한 사칭 계정은 IT 개발자가 만든 ‘가짜 계정’이었다. 블라인드는 현 직장인이 소속 회사를 검증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허위 계정이나 실제 계정을 개인 간 거래해 커뮤니티 내에선 도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블라인드에 대한 이용자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으며, 도용된 계정으로 일어날 범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직장인에게 블라인드가 있다면 대학생에겐 ‘에브리타임’이 있다. 에브리타임은 전국 400여개 대학을 지원하는 대학교 커뮤니티다. 시간표, 학업 관리, 학교생활 정보, 익명 커뮤니티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익명성을 바탕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블라인드와 비슷하지만, 에브리타임은 같은 대학교 학생들만 소통할 수 있다. 하지만 블라인드처럼 에브리타임도 계정 거래가 활발했다. 판매·구매자는 왜 거래하며, 일반 사용자는 계정 거래를 어떻게 생각할까. 실제 거래자와 일반 사용자에게 직접 물어봤다.

에브리타임은 전국 397개의 대학을 지원하는 대표 대학교 커뮤니티다. 에브리타임 홈페이지 캡처

◆대학생 커뮤니티 계정거래…왜?

 

에타는 블라인드 인증방식과 유사한 방법으로 대학교를 인증해야만 커뮤니티를 이용할 수 있다. 에브리타임은 학교별로 검증된 증명 자료를 이용해 인증해야 한다. 학교에 따라 학생증·웹메일·포털 아이디·재학 증명서 등을 요구하며, 학교별 인증 수단이 다르다. 입학 전 동시에 여러 학교에 합격했어도 1인 1계정 정책에 따라 1개의 학교에만 가입할 수 있다. 회원가입 시 선택한 하나의 학교의 커뮤니티만 이용할 수 있으며, 다른 학교 커뮤니티는 이용 불가다. 이러한 정책 때문인지 여러 이유로 에브리타임 계정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13일 오전 10시 기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에브리타임 계정 거래를 위한 대화방이 수십 개 개설돼 있었다. 모두 익명 채팅으로 판매자 A씨는 말을 걸자마자 “어떤 학교를 찾냐”고 물었다. 그는 직접 여러 학교 계정을 구매해 판매 중이었다. A씨는 “서울 대부분 가능하고 지방은 없는 학교가 많다”며 “가격은 보통 8~10만원이다”고 답변했다.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계정인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직접 다 구매하는 거고, 문제없는 계정이다”고 설명했다.

 

계정 구매를 희망하는 채팅방에도 대화를 시도했다. 구매 희망자 B씨는 특정 학교의 계정을 구매하고 싶어 했다. B씨는 “○○지역(특정 학교) 학생들 대상으로 IT 관련 홍보 글을 게시하기 위해 계정을 구하고 있다”며 “홍보 게시판에 홍보 글 업로드만 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판매자 C씨는 특정 대학교 계정을 판매하고 있었다. C씨는 “저도 구매한 아이디고, 10만원에 판매 중이다”고 말했다.

13일 오전 10시 기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수십 개의 에브리타임 거래 방이 올라와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화면 캡처

◆“범죄 악용될라”…일반 사용자들 불안

 

양희열(23)씨는 모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는 19학번으로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에브리타임을 이용했고,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해서도 이용 중이라고 전했다. 양씨는 “대학생에게 에브리타임은 필수로 설치해야 할 앱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에브리타임이 없으면 학교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이 많다”고 말했다. 에브리타임 계정 거래에 관한 질문에 그는 “주로 홍보 목적으로 계정을 사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하지만 종종 원룸 계약이나 특정 학교의 커뮤니티를 보기 위해 구매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학교를 졸업한 지 2년이 된 16학번 강단비(26)씨도 에브리타임을 유용하게 썼다. 하지만 강씨는 에브리타임 계정이 거래된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강씨는 “무슨 이유로 계정을 사고파는지 모르겠다”며 “왠지 외부인이 특정 학교 학생들만 이용하는 커뮤니티를 염탐하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벌어지진 않았지만 구매한 계정으로 익명에 숨어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범인을 색출하는데 더 시간이 지체될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계정 거래, 처벌 대상은 아니다

 

김태연 법무법인 태연 변호사는 “계정도 소유권에 포함되기 때문에 국내에서 계정을 양도하는 행위가 불법은 아니다”며 “다만 제3자에게 빌려주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게임이나 커뮤니티 가입 시 약관을 통해 계정 거래를 금지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약관에 어긋나는 경우 처벌받지는 않지만, 약관이라는 계약을 위반한 것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에브리타임의 이용약관 제6조(개인정보의 관리 및 보호) 4항을 보면 ‘개인정보의 관리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므로, 타인에게 양도 및 대여할 수 없으며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해야한다’고 적혀있다. 만약 본인의 아이디나 비밀번호를 타인이 사용하고 있음을 알았을 땐 즉시 문의해야 하며 안내에 따라야 한다. 추가로 제12조(금지행위)에는 ▲타인의 개인정보 및 계정을 수집, 저장, 공개, 이용하는 행위 ▲자신과 타인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공개, 양도, 승계하는 행위 ▲자신의 계정을 이용해 타인의 요청을 이행하는 행위 등이 금지돼 있다.

 

블라인드 사례와 같이 사칭에 관련된 질문에 김 변호사는 “경찰이나 공무원을 사칭해서 글을 게시했을 땐 처벌받을 수 있지만 대학교를 사칭해서는 처벌받지 않는다”며 “다만 구매한 계정으로 사기나 명예훼손 등의 범죄를 저질렀을 땐 처벌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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